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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피하기 위해
고개 숙여
단추를 만져 본다
정말 단추보다
더 작아지고 싶은 얼굴
따가운 순간이 있다
단추 속으로 숨고 싶어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던 단추가
금빛 얼굴은 감출 수 없다고
실밥 풀린
얼굴로 멋쩍게 웃는다
존재가 결핍되어 있을 때 결핍은 그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 준다고 말한 이는 모리스 블랑쇼다. 즉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혹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느낄 때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가 나타난다고 한다. 내가 눈길을 피하고 싶고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은 결핍의 순간이다. 내 말을 그냥 들어줄 사람은 있지만, 그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받아줄 사람이 없을 때, 내가 흩뿌리는 말들은 내 귀로 다시 돌아와 나 혼자만 듣게 된다. 혼자 코너에 몰리게 되는 결핍의 순간에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보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능력이 되어 그 이상을 보게 한다. 시인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게 “단추, 너보다 더 작아지고 싶어” 눈길을 보냈는데, 단추가 들어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을 터인데, 단추가 금빛 얼굴로 멋쩍게 웃는 것이 보인다. 환해지는 순간이다. <최정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