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론(詩評論)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해설

시인 최주식 2012. 8. 14. 22:20

안도현-너에게 묻는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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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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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인은 독자를 놀라게 만드는 사람. 아니, 둔탁한 흉기로 뒷통수를 쳐서 한동안 멍하게 만드는 사람. 안도현이 그런 사람이다. 무심히 대문을 열 듯, 그렇게 시집을 열자마자 그는 뒷통수를 가격한다. 예수께서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바라사이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 :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쳐라." 안도현은 우리들 위선의 무리에게 예수처럼 말한다.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예수께서는 바리사이 사람들이 흐물흐물 다 돌아갈 때까지 허리를 구부려 땅바닥에 무엇을 쓰고 계셨을까. 안도현이 같은 시집에서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쓸쓸하게 남는" [연탄 한 장]의 뜨거운 함축을 읽어내듯 그 분도 차마 말로 표현되지 않는 사랑의 깊이를 끄적이셨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분은 아무것도 아닌 말씀, 말씀 아닌 말씀을 쓰셨을 것 같다. 그 분은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비천한 자리에 오셨고, 더 이상 사랑하기 어려운 낮은 자를 사랑하셨으므로. 안도현도 더 이상 쓸모없는 연탄재에서 단박에 사랑의 극치를 읽어내었으므로 그 날카로움은 단 세 줄로 충분하였을 것이다. 거기에 한두 줄 더 보태는 것은 사족에 불과할 터.

한적한 오후, 조주 선사께서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함께 토론을 하여 보자. 누가 더 낮은 차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좋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기준을 세우십시오."
"나는 한 마리 당나귀이니라."
"저는 당나귀 볼기짝입니다."
"나는 당나귀 똥이니라."
"저는 당나귀 똥 속의 벌레입니다."
"너는 그 속에서 무엇을 하느냐?"
"한여름 휴가를 보냅니다."
"먹이나 가져오너라."

사람들은 자신의 삶 자체가 바뀌기를 바란다. 그러나 진짜로 바뀌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인 것이다.[해설: 윤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