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뎅 파는 아줌마가 놀러 와서는,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래요 그래서
에미 애비 얼굴만 보면 맨날 맨날
돈 달라 돈 달라 하는 거래요
이야기를 듣던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 자식 아니었던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는 아줌마는 자식 아닌가 봬?
어디 보자
배꼽이 있나, 없나?
그러면서 엄마가
오뎅 파는 아줌마 치마를 들추려니까
아줌마가 깜짝 놀라 도망가면서
배꼽을 쥐며 웃는다
엄마와 함께
깔깔깔 웃으신다.
더불어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치마를 들추자고 덤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어려서, 꼴에 아우를 야단칠 때가 더러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눈치를 주었다. 그러다가 안 되면 아우가 없는 곳에서 한마디 하셨다. “넌 더했다!” 오뎅을 팔아서 자식을 키우자니 벅차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비 오는 날인지, 햇살 좋은 어느 날 마루에 걸터앉아서인지 모르게 이웃과 함께 웃을 수 있으니 참 좋다. 살기 어려울수록 서로 농이라도 진하게 한번 건넬 일이다. 우리 모두 배꼽을 가졌고, 또 너나 할 것 없이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이 아닌가! (장철문·시인·순천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