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외 2편
12월의 노래 / 박종학
마침내 달력 한 장
그렇지만 마지막은 싫어요
처음 시작이라 불러주세요
차가운 손길
하지만 마음만은 아니랍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입니다
나를 보면 행복해 합니다
나를 보면 추억으로 여깁니다
나를 보면 삶을 느낍니다
나는 행복입니다
나는 추억입니다
그래서 나는 12월입니다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소년소녀 가장과 함께
외로운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 해를 뒤돌아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기쁨의 합창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마지막이 아닙니다
나는 희망이고 기쁨이고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는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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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 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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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 송수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 주고 싶어도 끝내
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도
젊은 날을 헤매인 사람은 행복하다
오랜 밤의 고통 끝에 폭설로 지는
겨울밤을 그대 창문의 불빛을
떠나지 못하는 한 사내의
그림자는 행복하다
그대 가슴속에 영원히 무덤을
파고 간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
아, 젊은 날의 고뇌여 방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