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八達山)의 봄
글향 최주식
가만히 찾아 온 향기 가득한 풍경은
얼마나 큰 기쁨이요 환희인가
이 꽃 저 꽃 부드러운 미소는
아름다운 정원같아
사랑을 불러내는 팔달산의 봄
언제나 열려 있어
아낌없이 베푸는
사통팔달(四通八達) 팔달산에
찬란히 터져나오는 생명들은
잔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고
팔달문 장안문 가는 성곽 능선
발걸음도 가볍게 걷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활짝 웃어주는 팔달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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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八達山)의 여름
글향 최주식
낙락장송 녹음방초 우거진 숲에
수천 년 뜨겁게 이어 온
민초(民草)들의 희망은
풍요로운 생명으로 뿌려져
수원을 낳고
수원을 키운
수원의 어머니
옛 모습 휘어 감긴 자리마다
효행을 일깨우고
덕행을 펼쳐
수원을 푸르게 떠받치는
축복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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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八達山)의 가을
글향 최주식
붉은 단풍 등에 지고
시간의 간섭을 비껴 선
정조대왕 옆에서
효의 뜻 새기며
화성행궁 바라보면
부모님 섬기는 자식의 도리가 생각나
마음이 정갈해지고
팔달산 산허리 돌아
조선의 한 때로 달려가면
땀 뻘뻘 흘리며 꿈꾸던
민초들의 사람 사는 세상은
나팔소리 울려 천지를 진동하고
거짓으로 꾸미지 못했던 날들은
암회색 화성(華城)에
윗돌 아랫돌로 켜켜히 쌓여
만인(萬人)의 사랑을 받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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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八達山)의 겨울
글향 최주식
잎이 떨어지고
꽃이 떨어지고
열매가 떨어져
많은 일 이루어 낸
고요하고 한적한 정상에서
광대한 우주를 누를 듯한
노송의 푸른 기상 받으며
차가운 성벽에 온몸을 기대면
깊은 곳 어디선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민초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서장대에서 바라보는
광교산과 수원 시내에는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신령스런 팔달산의 결기(決起)인 듯
수천 수만의 기운이 하늘로 비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