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위 ―복효근 (1962∼) 한 수 위 ―복효근 (1962∼)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면 자꼬 만지지 마씨요 ―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먼 소리다요 요 웃도리가 작년에 유행하던 기진디 우리 여펜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 행복한시읽기 2013.05.03
시간이 사각사각 ―최승자(1952∼) 시간이 사각사각 ―최승자(1952∼)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 시간들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아름다운 설탕의 시간들 사각사각 아름다운 눈(雪)의 시간들 한 불안한 결정체로서의 시간들도 있습니다 사각사각 바스러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무너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시간이 지나갑니다 시.. 행복한시읽기 2013.05.03
사람이 사는 길 밑에 ―박재삼(1933∼1997) 사람이 사는 길 밑에 ―박재삼(1933∼1997) 겨울 바다를 가며 물결이 출렁이고 배가 흔들리는 것에만 어찌 정신을 다 쏟으랴. 그 출렁임이 그 흔들림이 거세어서만이 천 길 바다 밑에서는 산호가 찬란하게 피어나고 있는 일이라! 사람이 살아가는 그 어려운 길도 아득한 출렁임 흔들림 밑에 .. 행복한시읽기 2013.05.03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1952∼)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1952∼)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 행복한시읽기 2013.05.03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1945∼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정희성(1945∼ )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 행복한시읽기 2013.05.03
재봉―김종철 (1947∼ ) 재봉―김종철 (1947∼ )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에는 집집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을의 하늘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마른 가지의 난동(暖冬)의 빨간 열매가 수실로 뜨이는 눈 나린 이 겨울날 나무들은 신의 아내들이 짠 은빛의 털옷을 입고 저마.. 행복한시읽기 2013.05.03
새와 나무 ― 오규원(1941∼2007) 새와 나무 ― 오규원(1941∼2007) 어제 내린 눈이 어제에 있지 않고 오늘 위에 쌓여 있습니다 눈은 그래도 여전히 희고 부드럽고 개나리 울타리 근처에서 찍히는 새의 발자국에는 깊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어제의 새들은 그러나 발자국만 오늘 위에 있고 몸은 어제 위의 눈에서 거닐고 있습.. 행복한시읽기 2013.05.03
나는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맹문재(1963∼ ) 나는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맹문재(1963∼ ) 대학교수의 손이 왜 이래?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나뭇등걸처럼 갈라진 나의 손등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한다 나는 정답 같은 당당함을 가지려고 하면서도 그때마다 움츠러든다 내가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는 이유는 위생적으로 .. 행복한시읽기 2013.05.03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존 던(1572∼1631)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존 던(1572∼1631)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따로운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흘러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모래벌이 씻겨도 마찬가지, 그대나 그대 친구들의 땅을 앗기는 것도 마찬.. 행복한시읽기 2013.05.03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김희정(1967∼ )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김희정(1967∼ )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너희들이 태어나고, 제일 먼저 그림자를 버렸단다 사람들은 아빠보고 유령이라 말하지만 너희들이 아빠라고 불러줄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 다음으로 버린 것은 남자라는 단어야 폼 잡았던 .. 행복한시읽기 201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