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존 던(1572∼1631)
세상 어느 누구도 외따로운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흘러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질 것이며, 모래벌이 씻겨도 마찬가지, 그대나 그대 친구들의 땅을 앗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를 손상시킬지니, 나는 인류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종이나니.

산사(山寺)나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면 문득 영원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듯하다. 존 던을 흉내 내자면, 현생의 순간순간은 영원의 한 조각이다.
이 시에서 제목을 취해 헤밍웨이가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소설이나 영화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종을 울리는 데엔 다 뜻이 있다. 사람을 모이게 하는, 귀 기울이게 하는 종소리. 이 시에 나오는 종은 조종(弔鐘)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소리. 그가 누구건, 한 사람의 죽음은 당신의 일부분이 죽은 것이다. 당신과 그가 함께 이루고 있던 시공간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니 그 종소리는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그나저나, 아, 존 던 선배! 유럽이 뭡니까? 섭섭하네요. 좀 더 써서 유라시아라고 하시지.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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