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살림 / 정병근
비 오는 강에 오리들이 떠 있다
쓱쓱 미끄러지며 다니는 것 같지만
수면 밑, 오리의 발은 바쁘다
‘허벌나게’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호미 같은 머리를 물속에 박았다 뺐다하며
먹이를 찾는다 머리를 박고 있는
잠깐 동안,
오리는 다른 오리들과 단절된다
혼자 허기를 채워야 한다
컴컴한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재빨리 수초나 모래를 훑는다
머리를 빼는 오리는 무얼 먹었는지
다른 오리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른 오리들도 듣고 싶지 않다
도란도란 함께 강을 떠다니며
머리를 박았다 뺐다 반복하는 오리들
잠깐씩 눈앞이 캄캄한 오리들
저 밭을 언제 다 매나, 빗줄기는 점점 세지고
어디엔지 모를 그들의 살림이
빗물에 흥건히 젖는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0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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