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뻐꾹채 / 김승기

시인 최주식 2010. 3. 25. 23:12

뻐꾹채 / 김승기

 
아가야
남의 둥지에 탁란했어도
배 아파 낳은
너는 내 자식
뻐어꾹 뻐꾹
이 에미의 목소리 잊지 말거라
언제나 멀찍이서 널 지켜보며
다정한 목소리 들려줄 테니
에미 얼굴 보이지 않는다고
외로움으로 속 태우지 말거라
네가 얼른 자라 날개를 펼쳐야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까
끝내 볼 수 없다 해도
그리움으로 애간장 녹이지 말거라
지금 산과 들에는
뻐꾹채 꽃이 핀단다
내 품으로 너를 기르지 못하는
처연한 사랑
너를 부르는 피 맺힌 울음이
떨어진 자리에
검붉은 꽃이 핀단다
너도 네 자식을 낳아
어느 둥지에 또 탁란해야 하는 숙명
에미처럼 피 맺힌 울음 흘리겠지
그 애달픈 사랑 떨어진 자리에
검붉은 꽃 다시 피겠지
아가야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그래도 행복하다 여기거라
뻐어꾹 뻐꾹
부디 이 에미의 말 잊지 말거라
지금 산과 들에는
뻐꾹채 꽃이 한창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