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시인 최주식 2010. 3. 28. 22:55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

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月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