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 / 이병률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앞으로
만 밀며 살자고 어둔 밤 병 하나 말갛게 씻는다
잘난 열매들을 담고 나를 가득 부어,
허름한 탁자 닦고 함께 마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저 가득 차 무거워진 달月을 두어 곱
지나 붉게 붉게 생을 물들일 사람
새야 새야 얼른 와서 이 몸과 저 몸이
섞이며 몸을 마려워하는 병 속의 형편을 좀 들여다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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