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경제신춘문예 우수상
아침마다 삼촌은 머리에 까치집을 짓습니다
밤새 헝클어진 머리로 찾아온 까치 부리가 쿡쿡
노총각 정수리를 쪼고 갔던 것이지요
목과 팔이 늘어난 러닝셔츠를 주워 입고
연거푸 머리를 긁으며 수돗가로 가는 삼촌의 뒷모습은
어수룩하고 궁핍합니다
툇마루에 할머니는 속병이 난지 오래
보내 놓은 입사원서 소식이 궁금해지는 대낮까지
푹, 잠을 자다가 허연 배를 긁고 나오던 삼촌은
실업보다 실없게 웃는 걸 잘 한답니다
할머니 타박하는 소리가 딱. 딱. 정수리를 때리고
구르르릉, 구르르릉 전기 펌프에 물 차오르는 소리가
아무도 모르게 삼촌 가슴 속까지 뻗어갑니다
베트남 처자라도 좋으니 젯밥 좀 얻어먹자고
일품 팔아 누추한 가계 좀 일으키라고
까치집의 까치가 바람을 모아 먹이를 물어 줍니다
순식간, 펌프로 차오르는 오래 고인 물처럼
한 가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
삼촌 식도에서는 역류하는 쓴기침이 한참이지요
삼촌은 머리에 까치 한 마리 틀고 마당으로 걸어갑니다
할머니 걱정을 쓰락쓰락 밟고 뒷모습을 새겨갑니다
미워서 자꾸만 깊게 들리는 삼촌 발자국 소리가
까치 울음보다 더 손님 같은 대낮이 오고 있습니다
부스스한 정수리에서 까치도 까치처럼 잘도 웁니다
오징어의 生 / 박혜란
바다를 향해 수 만개의 발들이 말라가고 있다.
한 때 저 흡판들은 바다를 물어뜯던 폭력이었을 것이다.
새벽 출항, 집어등에 속아서 배를 가르고
꼬챙이에 꿰어져 내장도 제 속내도 다 내어주었던 것.
오징어는 온몸으로 햇빛을 투과시키며 온순해졌을 것이다.
바다에서 빠져나온 질량만큼, 다시
바다를 향해 몸에 깃든 물을 풀어주면서
늘 젖어 살았던 몸들이 있는 힘껏 가벼워지고 있다
어부들의 이른 잠과 밤바다를 낮에 엮어 가는 여인들의 노고까지
내일의 파도를 염려하며 축 늘어진 발은 다 알고 있는 듯
축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
적당한 염분들은 투명한 몸에서 갈변되고
바람에 쉬이- 하고 사라지는 영혼들은 천천히 몸을 잊고 있다
아무리 바다를 캐내도 통장의 잔고는 뱃고동을 울리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몸들은 부력보다는 중력이 먼저다
이제 바다를 향해 뻗어갈 듯 저 수 만개의 발들을 보라!
오징어는 바다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으려고 눈에
가시 같은 뼈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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