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 정철훈

시인 최주식 2012. 4. 9. 21:11

[시가 있는 아침]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까자끼 자장가를 들으며 - 정철훈(1959~ )

자장가는 왜 이리 슬플까
그건 꿈에서 왔기 때문이지
이루지 못한 꿈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전생에서 오는 것
세상이란 슬픈 곳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지
태어나기 전부터 알기 때문이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태반에서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
바늘이 운명의 표면을 긁을 때 나는 소리
하늘의 별도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소멸한다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자장가는 아기의 귀에 수면의 묘약을 흘러보내며 말하지
세상 같은 거 잊으라 잊으라
지구는 회전하고
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그 회전축을 따라 돌고 있지
바유시키 바유 바유시키 바유

전생에서 현생으로 바뀌며 돌아가는 로터리에 자장가가 있단다. 그래서 자장가는 그렇게 아득한가 보다. 이 세상 건너에 저 세상이 있다는 게 슬프다. 뭔가 이루지 못한 채 영원으로 돌아간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세상이 슬픈 곳이라는 것을 저 세상에서부터 알려준다는 사실은 더욱 슬프다. 하늘의 별도 그렇게 태어나고 소멸한다니 그 별 중 하나에 붙어사는 우리 생명도 같은 리듬의 자장가를 들으며 돌고 도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최정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