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30년 전-1959년 겨울-서정춘(1941~ )

시인 최주식 2014. 2. 20. 21:35

 

30년 전-1959년 겨울   -서정춘(1941~ )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ㅡ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 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전철 기다리다 스치듯 본 이 시. 가슴 울컥,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이데. 서울 지하철역에는 스크린도어마다 시 한 편씩 새겨져 있어 일상의 바쁘고 찌든 발길들에게 저마다 맑은 시심(詩心)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짧은 이 시 한 편의 둔중하고 긴 울림. 정말 일품이네. 역에 서면, 또 어디로 떠나야 하는 그 자리가 타향 아닐 것인가. 우리네 인생 자체가 타향살이 아닐 것인가. 특히나 정처(定處) 없는 이 사이버, 신유목 시대에는. 그런 타향살이 가운데 울려오는 어릴 적 아버지, 어머니의 다정다감한 목소리, 고향의 소리가 이 황막한 시대의 시 아닐 것인가. 설 앞둔 이 추운 겨울날 다들 등 따습고 배부르고 부디 마음이라도 평안들 하시길ㅡ.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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