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아우라지 뱃사공 -정산에서 / 신경림

시인 최주식 2009. 1. 30. 22:33

아우라지 뱃사공 -정산에서

 

산과 물이 지겨워 아우라지 뱃사공은 아내는
세 아들딸을 두고 대처로 떠났다.
아우라지 뱃사공은 산과 물이 싫다.
산과 물을 좋아하는 대처 사람이 싫다.
종일 배를 건너 손에 쥐는
천 원 안팎의 돈 그것이 싫다.
세상이란 잘난 사람들끼리 그저
잘난놀음으로 돌아치는 곳,
그를 가엾다고 말하는 세상 사람들이 그는 싫다.
딸애는 바람막이도 없는 난달에서
구미호를 삶아 저녁밥을 짓고
아들놈은 단칸 셋방 맨바닥에 엎드려
몽당연필로 제 어미에게 편지를 쓴다.
보낼 수도 없는 서러운 편지를.
아우라지 뱃사공은 그들을 보는 세상의 눈이 싫다.
정선아라리의 구성진 가락이 싫다.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길 / 신경림  (0) 2009.02.04
산동네 -삼양동에서   (0) 2009.02.04
방황이 시를 쓴다 / 이승훈  (0) 2009.01.30
유월이 오면 / 도종환   (0) 2009.01.28
무등(無等)을 보며 / 서정주  (0) 200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