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밤길 / 신경림

시인 최주식 2009. 2. 4. 21:46

밤길

 

강 하나 건너왔네 손도 몸도 내어주고
갯비린내 벽에 쩌른 엿도가집 행랑방
감나무 빈 가지 된서리에 떨면서
내 여자 몸 무거워 뒤채는 그믐밤
고개를 넘어섰네 뜻도 꿈도 내던지고
협궤차 삐걱대던 면소재지 그 새벽도
못 박힌 손바닥에 팔자로 접어뒀네
내 여자 숨이 차서 눌아눕는 시린 외풍
험한 산길 지나왔네 눈도 귀도 내버리고
엿기름 달이는 건넌방 큰 가마솥
빈내기 화투 소리 늦도록 시끄러운
내 여자 내 걱정에 피말리는 한자정
강 하나 더 건넜네 뜻도 꿈도 내던지고
험한 산길 또 지났네 눈도 귀도 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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