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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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烈烈)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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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시의 본연(本然)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동아일보>(19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