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ㅣ 문정희

시인 최주식 2009. 7. 9. 14:28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 문정희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구절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이 나이에 아직도 사랑?

하지만 사랑이 나이를 못 알아보는구나
사랑이 아무 것도 못보는구나.

겁도없이 나를 물어뜯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열 손가락에 불붙여
사랑의 눈과 코를 더듬는다

사랑을 갈비처럼 뜯어먹는다
모든 사랑에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숨막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