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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201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오영민

시인 최주식 2010. 1. 2. 00:20

[201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오영민
찔레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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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병원 문을 나서다 하늘 올려다 본다

아기인 듯 품에 안긴 찔레 같은 어머니

기억매듭을 풀며 꽃잎 툭툭, 떨어지고


잔가시 오래도록 명치끝 겨누면서

수액 빠진 몸뚱이로 물구나무 서보라며



[2010 신춘문예] 시조 심사평
현대인의 정체성을 품격 높은 시조로 잘 살려

 
  이우걸(왼쪽), 전일희
 
400여 편의 많은 응모작도 근래에 보기 드문 양이려니와 작품들의 질적 수준 또한 하나같이 만만치 않아 최종심 몇 편을 고르는 일조차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시조의 멋과 맛을 동시에 지니면서 시대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통찰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눈 밖에 나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세네갈이란 나라 있지', '수련은 수련 중이다' 그리고 오영민의 '찔레의 방', '구두' 가 결심에 올랐다.

'눈 밖에 나다'는 서편제에 등장하는 주인공 '송화'의 삶이라는 설화적 모티브가, ' 아프리카 대륙 서쪽 세네갈이란 나라 있지'라는 작품은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인류애가 돋보였지만 시조의 품격과 치열한 시정신이 아쉬웠다.

선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붙든 작품이 '수련은 수련 중이다'와 오영민의 '찔레의 방'이었다. 시어를 갈고 닦는 솜씨와 이미지를 빚어내는 기교가 둘 다 탁월했지만 수련의 개화 장면을 '환상의 발레리나'로, 자연친화적 장면을 '환상의 세레나데'라고 읊은 상투성이 눈에 거슬렸다. 오영민의 '찔레의 방'은 팽팽한 시적 긴장 속에서 파편화의 길을 가는 현대인의 현실적 고뇌를 집요하게 시조화한 점이 빼어나다. 특히 운명에 무덤덤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답지 못한 현대인의 정체를 암시와 상징으로 냉철히 응시한 점이 새롭다. 대성을 빈다.

본심위원 이우걸 전일희(이상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