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꽃 / 김춘수

시인 최주식 2010. 1. 10. 21:57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