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간장 항아리 / 김영희

시인 최주식 2010. 1. 26. 00:09

간장 항아리 / 김영희

 


봄에 담근 햇장

처음으로 뚜껑 열어보니

까맣게 속 타들어 간

속내가 보인다 

장항아리는 그동안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었다

 

술 만 마시면 큰소리 치던 아버지 

시름을 달래며 들이킨 막걸리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감출 것도 없는 살림

뚫어진 양말처럼

빈 구멍만 커지는 살림살이

술 취한 그 목소리

빈 항아리의 울림처럼 쓸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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