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부인 / 박순호
홑이불 속에 죽부인이 누워있다
머리끝까지 폭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다
너무 가볍다 못해 텅 비어있는 몸통
가끔 그녀는 여름밤 평상에 누워
끈적거리는 열대야에 잠들지 못하고 별자리를 살피곤 한다
거문고자리 쪽을 향해 돌아눕는가 싶더니 작은 바람에도 소스라치며 뒤돌아보던
감자 빛을 닮은 그녀의 살결
오늘 밤 내게 수청을 들겠느냐 묻고 싶은 야릇한 밤이다
현의 떨림인지 거문고자리에서 차오르는 빛을 따라가는 길
발목을 심하게 삐어 며칠째 한의원을 찾아가도
툇마루에 걸린 시래기처럼 푸른 멍이 가시지 않는 애증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죽부인 허리께에 가만히 발을 올려놓는다
아직도 너는 짐일 뿐이라며
푸른 댓잎 한 장 떨어지는 존재라며
그녀의 몸속에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바람의 말
시집<무전을 받다> 2008. 종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