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약국 / 노향림
복음 약국 주인은 한쪽 다리가 짧다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지하 주차장이 넓은 신축 교회에서
풍금 소리로 예배가 시작되고 성탑의
음악 소리는 쟁쟁하게 퍼져나간다
멀리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는 동안
그는 한 손에 신문을 든 채
굵은 테 안경 너머 졸고 있다
그의 복음은 혼자 숨어서 읽는
주기도문처럼 수직 상승해 공중 어디엔가
떠돌고 있을거라고 믿는다
한쪽 다리가 무겁게 질질 끌려도
날마다 찾아오는 비둘기에게
허물어 질듯 작은 쪽문을 빠져나와
봉투에 넣은 쌀알들을 흩뿌려 준다
그의 복음은 늘 쓰디쓴 알약이지만
신도들의 가방에 든 구원의 말씀 몇 알보다
언제나 약효가 세다
복음 약국 문은 좀처럼 닫히지 않는다
깜깜한 밤하늘의 잔별들에게도
개방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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