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두콩꽃 / 이가영
심줄을 여러 번 끊었다는 작두콩꽃 결국은 시퍼런 잎자루를 탔다
아찔한 그 순간을 보고 놀란 햇살 다리가 후들거려 꽃담에 기대있다
신어머니처럼 따르던 남쪽 바다 끄트머리에서도
혼기가 꽉 찬 딸이 내림굿을 받았다고 한다
그 집 늙은 여자는 물질을 하면서 살았으나
동자처럼 쳐들어오는 봄을 막아도 별 소용없었다며
자신이 못 받은 대물림을
폴짝폴짝 뛰는 딸을 보고 징처럼 파리하게 울었다고 한다
바다를 떠난 민박집 사내, 깊은 산중 떠 난지 몇 달째 감감 무소식이더니
작두콩을 심은 그해 뻐꾹뻐꾹 돌아왔다
부리가 예쁜 산까치도 기쁜 소식을 물고 찾아왔다고 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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