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작두콩꽃 / 이가영

시인 최주식 2010. 1. 31. 21:10

작두콩꽃 / 이가영

 

 

심줄을 여러 번 끊었다는 작두콩꽃 결국은 시퍼런 잎자루를 탔다

아찔한 그 순간을 보고 놀란 햇살 다리가 후들거려 꽃담에 기대있다

 

신어머니처럼 따르던 남쪽 바다 끄트머리에서도

혼기가 꽉 찬 딸이 내림굿을 받았다고 한다

 

그 집 늙은 여자는 물질을 하면서 살았으나

동자처럼 쳐들어오는 봄을 막아도 별 소용없었다며

자신이 못 받은 대물림을

폴짝폴짝 뛰는 딸을 보고 징처럼 파리하게 울었다고 한다

 

바다를 떠난 민박집 사내, 깊은 산중 떠 난지 몇 달째 감감 무소식이더니

작두콩을 심은 그해 뻐꾹뻐꾹 돌아왔다

부리가 예쁜 산까치도 기쁜 소식을 물고 찾아왔다고 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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