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귀 / 정일근
소쩍새 우는 봄밤 내 귀는 소쩍소쩍 듣는데
어머니의 귀는 솥적다 솥적다 듣는다
솥이 적어 굶어 죽은 슬픈 며느리가 운다며
가난했던 어머니 배고팠던 슬픔에 젖는다
뻐꾸기 우는 여름밤 내 귀는 뻐꾹뻐꾹 듣는데
어머니의 귀는 풀국 풀국 듣는다
풀이 없어 풀 빨래 한 번 못하고 죽은 며느리가 운다며
고달팠던 어머니 눈물 훔친다
서러운 며느리였던 어머니도
이제는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
산비둘기 우는 가을밤 내 귀는 구구구구 구구구구 듣는데
어머니의 귀는 식구 다 죽은 홀아비 새되어 운다며
어미 죽고 구구구구 자식 죽고 구구구구
또 그렇게 슬피 듣는다
계간 <시선> 200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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