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신문, 맛있게 편집하다 / 하린

시인 최주식 2010. 1. 31. 21:08

신문, 맛있게 편집하다 / 하린



잠버릇 심한 딸아이가 신문을 덮고 잔다

아이는 지금 만화 주인공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뿌드득 이빨까지 갈며 넉살스럽게

고단한 하루를 인쇄하고 있는 아이

특종을 잡기 위해 요술봉을 이리저리 흔들 것이다

자란다는 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신문기사에 익숙해지는 일이겠지

20년 쯤 후엔 구인 광고를 기웃거리고

또 10년 후엔 사회면 더듬거리다

동반 자살 가족사에 눈물도 흘리겠지

복권 추첨 결과를 보려고

날짜가 지난 신문을 펼치다

후드득 백화점 세일 광고지가 떨어지면

쌈짓돈을 들고 망설이는 아줌마가 되어 버리겠지


황금빛 머리핀 꽂고

새근새근 순한 문장 토해내며

무거운 세상 가볍게 덮고 자는 아이야

새롭게 편집한 세상 속에 동참하고 싶구나

절망과 희망 사이

불행과 행복 사이

아직 나는 왼쪽에 서있고

너는 오른쪽에 둥지를 틀었다

마법에 주문같은 잠꼬대 구수하구나

뻐근한 하루가 다 녹는다


   시향 (20008. 가을호. 지난계절의 詩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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