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봄의 줄탁 / 도종환

시인 최주식 2010. 2. 1. 23:15

봄의 줄탁 / 도종환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옴찔옴찔 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
  봄의 줄탁
  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 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몸을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오는 걸 바라본다
  내일은 부활절

  시골 교회 낡은 자주색 지붕 위에서 세워진 십자가에 저녁 햇살이 몸을 풀고 앉아 하루 종일 자기가 일한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애지 (2006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