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비'라는 이름의 얼룩 / 유미애
당신을 불러들인 건 등의 얼룩입니다 멍 자국이 자라 곰곰 깊어진 내 얼룩 속으로 당신이 하르르 쏟아진 탓입니다
당신을 안은 건 자루 같은 얼룩의 입술, 소소한 탄성, 당신을 깨물 었던 얼룩이 종소리처럼 파열됐을 때 할머니와 그의 할머니들이 돌무덤을 나와 돛배 같은 안장을 얹어주고 사라졌지요
얼룩은 늪이 되어 소리를 잃고 만이 되어 너풀너풀 낡아갔지요
산비탈의 암노새 '셀비'도 시장 바닥의 아낙도 유리 골목의 창녀도 작은 등의 얼룩에서 나왔죠 얼룩을 키운 등은 해진 가슴이거나 짚풀로 엮은 똬리거나 충혈된 아랫몸
수많은 얼룩 속, 첫 흉터가 닻을 내리지 않은 건 늪의 도처엔 당신 들이 물옥잠처럼 자라고 있다는 걸까요 나의 딸이 그 딸의 딸들이
얼룩을 피우고 검은 자루를 차는 수천 년 생의 비밀이 무한하다는 걸 까요
등짐을 내리는 노새의 얼룩에서 마가렛이 집니다 꽃가루를 핥아 먹으며 나는 오래도록 웁니다 꽃 지는 이 붉은 저녁을 '셀비'라 부르고 싶습니다 '셀비'는 우리를 지탱해 온 마가렛보다 섬세한 등뼈
오래된 상처로 큼큼 삭았다가 꽃으로 피어나는 무연한 얼룩들의 이름입니다
웹월간詩[젊은시인들] 4집 <여섯 개 안에 일곱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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