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 박후기
아버지, 검은 입 벌린 채 눈 감았다
나는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진달래꽃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아버지 다리가 녹슨 레일처럼 구부러지지 않게 두 팔로 힘껏 무릎을 눌렀다
막장은 벽만 있을 뿐, 바닥이 없었다
발밑을 파내려가도 눈앞엔 검은 벽, 바닥은 어느새 궁륭이 되었다
아버지는 앞만 보고 살았지만, 언제나 뒤가 무너졌다
나는 페치카 옆의 카나리아, 연탄가스를 마시며 놀았다
구멍보다 틈이 무섭다는 것을 나는 안다
죽음의 生家가 텅 비어있다
<시와 사람》200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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