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박제가 된 그리움 / 박은우

시인 최주식 2010. 2. 4. 22:07

박제가 된 그리움 / 박은우

 

네가 버리고 간 섬의 겨울은 혹독했다

나는

아홉 근의 살점으로 봄을 구걸했고

여섯 근의 살점을 더 태워

섬 가득 동백꽃을 피웠으나

너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배지의 집시

오로지 오늘을 숭배하는

팅팅 불어가는 엄마의 젖이었다

 

땀구멍마다 너의 유전인자가 움트던 봄날

도나우 강을 건넌 봄바람이

겨울을 품고 있는 동백꽃 모가지를

댕강댕강 자르던 그 봄날

더 이상

꽃이 아닌 너를 보고서

피골이 상접해버린 막연한 기다림은

결코 봄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썰물이 빠져나간 가슴엔 봄바람만 들락거린다

 

그날 이후

너를 향한 그리움은 박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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