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된 그리움 / 박은우
네가 버리고 간 섬의 겨울은 혹독했다
나는
아홉 근의 살점으로 봄을 구걸했고
여섯 근의 살점을 더 태워
섬 가득 동백꽃을 피웠으나
너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배지의 집시
오로지 오늘을 숭배하는
팅팅 불어가는 엄마의 젖이었다
땀구멍마다 너의 유전인자가 움트던 봄날
도나우 강을 건넌 봄바람이
겨울을 품고 있는 동백꽃 모가지를
댕강댕강 자르던 그 봄날
더 이상
꽃이 아닌 너를 보고서
피골이 상접해버린 막연한 기다림은
결코 봄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썰물이 빠져나간 가슴엔 봄바람만 들락거린다
그날 이후
너를 향한 그리움은 박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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