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나무 외 1편 / 김영탁
전동차에서 바라본 사람은 어쩌면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를 바라보듯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 나무 같다
나무가 뿌리내려 있어야할 자리에
나무가 허공을 받치고 서 있어야할 자리에
사람은 유목민처럼 혹은 유랑자처럼
둥둥, 전동차 천정까지 떠다니는 것이다
그럴 때는 둥둥 울리는 북 속에 갇혀 우는 사람이
손톱으로 북을 찢고 나오는,
뾰족 솟아나는 나무의 씨앗 같기도 하다
또, 그러할 땐 빨리 자라나는 가지들은,
졸고 있거나 신문을 보거나, 혹은 가재미눈으로
예쁜 사람을 흘긋거리는 사람들을
가지에 주렁주렁 달고 다같이 나무가 된다
다시, 북나무 아래에서 / 김영탁
사람들이 북소리에 빠져서 한 사람 한 사람 나무가 되어갈 때,
음악이 흘렀다 음악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서,
졸고 있는 사람과 책에 눈알이 빠져서 눈알을 찾고 있는 사람과,
나무를 꿈꾸지도 못하고 나무를 못 본 사람들과 나무가 된 모든 사람들을,
전동차 천정까지 들어올렸다가 내렸다가 내동댕이쳤다가,
제자리에 앉혔다가 제자리에 서 있도록 했다가,
북나무 아래로,
음악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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