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파꽃 / 손창기

시인 최주식 2010. 2. 7. 21:02

파꽃 / 손창기

 

파 속을 파먹는 건 꽃 속의 씨앗들인가

파 속을 먹으면 먹을 수록 땅 밑부터

껍질에 힘줄이 생긴다 뼈가 박힌다

제 목을 굽혀본 적 없는 파꽃

남에게 씨앗은 될지언정

단 한번도 식탁에 오르지 못한 파꽃

모가지를 꺾고 나서야

곁줄기들 속이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굽힐 줄 알아야 옆자리가 몰랑몰랑해진다  

 

 

시집 <달팽이 聖者> 2009. boo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