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동백꽃 지는 날 외 1편 / 서대선

시인 최주식 2010. 2. 7. 21:12

동백꽃 지는 날 외 1편 / 서대선

 

두 무릎을 모아 세우고

두 손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가만히 머리를 무릎 사이로 꺾고

깊은 숨을 내 쉰다

바싹 마른 대추 열매 같은 젖꼭지

윤기 잃은 피부가

사막을 건너온 낙타 등처럼

힘겹다

오그라든 엉덩이엔 멍자국이 아직도 선연하다

 

폐병을 앓는 봄이

선혈을 토해내고 있다

 

취급주의 / 서대선

 

창고세일에 진열되어 있다고

막 다루어선

안 된답니다

 

창고세일이라고

싸구려나 헌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할머니의 할머니 적부터

애지중지 하던 것이예요

할머니의 할머니 적에는

너무나 귀해서

진열장에만 놓아두었다가

유품으로 물려받은 할머니는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리울 때에만

가슴에 품어 보던 거예요

 

그 할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걸

손자의 손자의 그 손자는

저보다 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증한 것이랍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어머니만큼

소중하게 품어 줄

사람 나타날 때 까지

 

취급주의!

 

시집<천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 2009. 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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