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지는 날 외 1편 / 서대선
두 무릎을 모아 세우고
두 손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가만히 머리를 무릎 사이로 꺾고
깊은 숨을 내 쉰다
바싹 마른 대추 열매 같은 젖꼭지
윤기 잃은 피부가
사막을 건너온 낙타 등처럼
힘겹다
오그라든 엉덩이엔 멍자국이 아직도 선연하다
폐병을 앓는 봄이
선혈을 토해내고 있다
취급주의 / 서대선
창고세일에 진열되어 있다고
막 다루어선
안 된답니다
창고세일이라고
싸구려나 헌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할머니의 할머니 적부터
애지중지 하던 것이예요
할머니의 할머니 적에는
너무나 귀해서
진열장에만 놓아두었다가
유품으로 물려받은 할머니는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리울 때에만
가슴에 품어 보던 거예요
그 할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걸
손자의 손자의 그 손자는
저보다 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증한 것이랍니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어머니만큼
소중하게 품어 줄
사람 나타날 때 까지
취급주의!
시집<천년 후에 읽고 싶은 편지> 2009. 새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발국수나 말아볼까 외 3편 / 고영 (0) | 2010.02.07 |
---|---|
저녁의 동화 / 김경주 (0) | 2010.02.07 |
산수유꽃 . 4 / 김두환 (0) | 2010.02.07 |
산딸기 . 2 / 김두환 (0) | 2010.02.07 |
붉은 혀 / 최재영 (0) | 2010.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