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읍종점 부근에서 / 권주열
아네스!
언약도 없이 눈이 내리고
내 너를 기다리는 초읍종점 부근에는
전화선 매설작업이 한창이다
이 겨울날
이마에 땀이 서린 인부를 보며
네 생각에 젖어 베어나는 내 땀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시린 손을 비비며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밤이 어둠으로 캄캄히 누울 때까지
돌아서지 못하고
마침내
이 허기진 그리움이 다 떠나기를 기다리는
나를 본다
내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또 그렇게 끈적하게 와 닿는 것은 무엇인가
네 그리운 영혼의 부피를 생각하며
스물다섯해가 다 지나도록
그 흔한 질문 한 번 맘 속 깊이 챙겨보지 못한 채
언 땅을 파면
마음은 이렇게 -공사중-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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