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초읍종점 부근에서 / 권주열

시인 최주식 2010. 2. 12. 23:04

초읍종점 부근에서 / 권주열

 

아네스!

언약도 없이 눈이 내리고

내 너를 기다리는 초읍종점 부근에는

전화선 매설작업이 한창이다

이 겨울날

이마에 땀이 서린 인부를 보며

네 생각에 젖어 베어나는 내 땀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시린 손을 비비며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밤이 어둠으로 캄캄히 누울 때까지

돌아서지 못하고

마침내

이 허기진 그리움이  다 떠나기를 기다리는

나를 본다

 

내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또 그렇게 끈적하게 와 닿는 것은 무엇인가

네 그리운 영혼의 부피를 생각하며

스물다섯해가 다 지나도록

그 흔한 질문 한 번 맘 속 깊이 챙겨보지 못한 채

언 땅을 파면

마음은 이렇게 -공사중-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