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여기 모란 / 성선경

시인 최주식 2010. 3. 6. 23:16

여기 모란 / 성선경  

                

  웬만하면 한 번 돌아보지 그래, 웬만하면 한 걸음 멈추고 되돌아보지 그래, 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저 폭포도 단오하게 휙 떨어져 내리기 전 한 번쯤 멈칫하듯이 웬만하면 한 번 되돌아보지 그래, 잠시 할 말을 잊었을 때 머리칼을 쓸어 올리듯이, 봄이 이미 왔더라도 이 추위 잊지 말라고 꽃샘의 바람이 불듯이. 

 

  웬만하면 한 번 웃어주지 그래, 저 악보가 오선지를 떠나 음악이 될 때 소리통을 한 번 쿵 울리고 떠나는 것처럼 웬만하면 한 번 웃어주지 그래, 이미 꽃 진 자리에도 슬쩍 배추흰나비가 잠시 쉬었다 가듯이 웬만하면 웃어주지 그래, 잠시 구두끈을 고쳐 매듯이. 

 

 영영 고개를 돌린 이여

 가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그대여 

 웬만하면

 참 웬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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