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강은진
문득, 썩지 않는 것이 있다
74세 이만호 할머니의 짓무른 등이
늦여름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중에도
푸르스름한 눈썹은 가지런히 웃는다
그녀가 맹렬했을 때 유행했던 딥블루씨 컬러
변색 없이 이상적으로 꺾인 저 각도는 견고하다
스스로 돌아눕지 못하는 날
더 모호해질 내 눈썹
눈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까
목에 박힌 관으로 바람의 리듬을 연습할까
아니면 당장 도마뱀 꼬리같은 문신을 새길까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 왔다가 가고
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
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가겠지만
그 때도 살짝 웃는 눈썹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얼굴이 검어질수록 더 발랄해지는 눈썹이었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신의 바다에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의 눈썹을 가져야 하리
눈물나도록 푸른 염료에 상큼하게 물들어야 하리
<시 심사평>
삶의 건강한 구체 다뤄… 한국 시단 큰 재목되길
예년에 비해 투고된 작품량은 늘었으나 수준은 비슷했다.
나머지 남은 두 편 중에서 ‘새와 흙’은 기성시인의 시를 인용한 점이(인용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신인으로서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또 다른 투고작 ‘새와 구름’에서 구체성이 부족하고 한껏 멋을 부린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심사위원 황동규·정호승
윤지문의 ‘새와 흙’, 강은진의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석상준의 ‘뚜껑’, 김후인의 ‘결치(缺齒)’ 등 네 편의 작품이 최종심에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먼저 ‘뚜껑’은 ‘그냥 썩게 놔두는 것보단 나중에 상하더라도 누군가 퍼먹을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게 인생이란 걸 알기 때문에’에서 알 수 있듯이 산문성이 지나치다는 점 때문에 제외되었다.
‘결치(缺齒)’ 또한 빈 집이 늘어나는 시골 풍경을 결치의 이미지와 결부시킨 점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조금 낡은 감이 있다는 점에서 제외되었다.
나머지 남은 두 편 중에서 ‘새와 흙’은 기성시인의 시를 인용한 점이(인용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신인으로서는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과, 또 다른 투고작 ‘새와 구름’에서 구체성이 부족하고 한껏 멋을 부린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결국 당선작은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으로 결정되었다. 이 시는 ‘눈썹 문신’을 하는 우리 삶의 독특한 한 현상을 발견한 시적 눈의 신선함에 일단 호감이 갔다.
특히 눈썹 문신을 ‘군무로 펄떡이는 멸치’에 빗된 점이 해학적이고 애절하다.
그러나 이 시에 존재하고 있는 ‘이만호 할머니’가 시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지 않음으로써 대표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이만호 할머니가 누구인지 암시가 있었으면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자폐적 상상력이 판치는 한국시단에서 삶의 건강한 구체에서 꽃핀 이만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이 시를 당선작으로 밀 수 있는 이유였다.
당선자가 앞으로 한국시단의 큰 재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심사위원 황동규·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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