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벽지를 바르며 / 고광근

시인 최주식 2011. 1. 30. 19:07

벽지를 바르며 / 고광근

일요일 아침
우리 가족 벽지를 바른다.
돌돌 감긴 벽지를 펼치니
화들짝 피어나는 꽃무늬

새해에는 넓은 집으로
이사할 거라던 어머니
이사 대신
누렇게 바래 버린 벽지 위에
새하얀 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우리 가족 서투른 도배는
꽃무늬가 자꾸 어긋나고
쭈글쭈글 오그라들어도 신이 났다.

한나절 도배를 하고 돌아보니
벽마다 활짝 핀 꽃송이
우리 가족 웃음 송이
하늘도 새로 도배를 했는지
구름무늬 푸른 벽지를 두르고
창문 가득히 푸르게 비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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