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추포도 소금꽃/이생진

시인 최주식 2011. 11. 2. 22:16

추포도 소금꽃/이생진

염전에서 소금물 받아먹고 사는
함초鹹草
짜다고 찌푸리는 일이 없다
심해숙沈海淑씨도 함초 같다
이름 석자가 모두 삼수변이라며
바다와의 인연을 자랑하는 여자
육지에서 시집와 얻은 벼슬
부지런한 여리장女里長
깊은 바다 맑은 물 심해숙深海淑
추포염전 김대식씨 부인
사내는 고무래를 밀고
여자는 소금차를 밀고
창고에서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은
그래서 짜다
염도 2도의 바닷물을 폭염에 구워
25도의 해수에서 피는 하얀 소금꽃
소금꽃이 필 때마다 김씨 부부는
얼굴이 환하다
암태도에서 또 작은 섬 추포도로 들어와
천일염 만들기 30여 년
아내를 강원도 삼척에서 추포도까지 데려오는데
김씨는 섬이라는 말을 숨겼다는 소문
그래서 속은 것 같다는 뒷이야기
속아 사는 여자가 어디 한둘인가
오늘도 저문 하루 백설 같은 소금을 거둬
창고에 밀어 넣는 ‘목포의 눈물’
그래서 눈물은 짜다

*이난영이 부른 노래
(201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