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시인 최주식 2011. 11. 3. 22:2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길을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길게뽑고
    두눈을 깊게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저음으로
    첼로를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켜며
    두팔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다시 바람이 되어
    그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너
    네가그리우면나는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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