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정희
길을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길게뽑고
두눈을 깊게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저음으로
첼로를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켜며
두팔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너를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다시 바람이 되어
그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너
네가그리우면나는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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