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55)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신으로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김기택 시인은 첫 시집 ‘태아의 잠’을 비롯해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등의 시집을 펴냈다.
소/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웅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둥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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