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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悼-사도세자이야기/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시인 최주식 2012. 2. 11. 22:00

(사)국수호 디딤무용단의 2012 정기공연

<思悼-사도세자이야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월 10일(금) 오후 8시

 

 

 

 

 

 

 

 

 

동양적 춤사위와 현대적 미학의 조화를 선보여온 안무가 국수호(64)의 작품 '사도(思悼)―사도세자 이야기'는  영조와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정조 등 4명만으로 1시간 20분을 끌어가는 압축적인 작품이다.

무대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기까지 8일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국무용은 물론, 현대무용과 발레의 동작이 어우러져 공연 내내 남성적 힘이 넘친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가 몸으로 뒤주를 부술 듯이 절규하는 격정적인 독무가 뛰어나다. 피아노 두대가 현장에서 네 인물의 심리를 건반으로 들려준다. 한대는 사도세자의 심경을 따라가며, 다른 한대는 88음계를 나눠, 고음은 혜경궁, 중음은 정조, 저음은 영조의 심리를 들려준다. 권력과 부정(父情) 사이에서 갈등하던 영조가 아들을 가로 5m, 세로 3m의 대형 수조에 빠뜨려 살해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사도는 허우적대다 알몸으로 계단을 올라 천상에 든다.

사도세자 역은 2010년 G20 폐막공연의 안무를 맡았던 이영일과 국립무용단 단원 조재혁이 번갈아 출연한다. 한양대 무용학과 손관중 교수가 영조 역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이윤경 교수가 혜경궁 홍씨를 맡는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사도세자와 영조, 정조, 혜경궁홍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다. 그들은 춤을 통해 각각 인물들의 특성을 잘 드러내주었다. 그 중 사도세자를 맡은 무용수는 안무 뿐 아니라 표정연기로 무대를 압도했다. 특히 아버지 영조를 향한 두려움과 분노는 작품이 클라이막스에 이르렀을 때 가장 정점이었다. 또한 그가 붉은색 줄에 매달려 고뇌 했을 때는 사도세자의 아픔과 처절한 몸부림이 표현됐고, 아들 정조를 들어 올리거나 함께 뛰면서 어울렸을 때는 극진한 아버지의 사랑이 잘 드러났다. 이 외에 영조는 강하고 역동적인 안무를 통해 냉철한 왕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었고,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죽음과 싸울 때, 공중에 몸을 날리면서 슬픔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더불어 혜경궁홍씨를 맡은 여자무용수는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피루엣을 돌면서 남편을 향한 애도와 아들 정조를 향한 안타까움을 가냘픈 몸짓으로 잘 전달해주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작품을 가장 빛나게 한 부분은 사도세자가 죽는 장면이었다. 사도세자는 무대의 맨 앞에 설치된 물속에 빠지게 됨으로써 가장 슬프고도 가장 극적인 죽음을 안겨주었다. 이는 뒤주라는 공간을 물로 형상화시킴으로써 작품의 효과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또한 무대 중앙에 놓여진 계단을 통해 사도세자가 죽고 난 후 그 계단에 오르게 한 점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도세자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단에 오르게 함으로써 그동안의 한과 아픔을 풀어내는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