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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화에 못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강한 생각과 끓는 감정을 품고도 버텨내는 담담한 말은 더 강한 말이다. 이 시의 말들은, 화장을 벗겨낸 우리 삶의 민낯이 킬링필드라는 난감한 진실을, 그걸 그저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의지를 담고도 흐트러짐이 없다. 싸움을 사랑과 평화라 굳게 믿는 그는 또 옥을 나와 ‘현장’에 있다. 목발을 짚고 걷는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 들려올 때, 나는 내가 성한 다리로 절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과격하지 않다. 과격한 건 저 투명한 ‘관계’다. 저것은 관계가 아니다.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