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2 /박두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아,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일체의 죽은 것 떠내려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눌 피발톱 독수리의,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쭉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1. 핵심 정리
① 주제 : 밝은 미래의 찬가
② 어조 : 비장한 어조
③ 갈래 : 자유시, 서정시
④ 운율 : 각운
⑤ 성격 : 의지적, 상징적, 미래 지향적
⑥ 제재 : 강
2. 해설
<1연>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새 시대가 열리는 날,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바다로 흘려 보내기 위해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비로소 고운 빛깔을 드러내는 여유 있는 침묵, 부정적인 것들을 꽃으로 수장시켜버리는 내일을 향한 몸짓, 아, 기쁨과 환희속에서 강물은 흥건하게 꽃에 젖어 흐르리.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
<2연>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바다로 떠내려가리. 얼룽대는 뱀 비늘, 피발톱의 독수리, 이리 떼, 비둘기 떼의 깃죽지와 울대뼈 등 일체의 부정적인 것들은 강물에 흘러서 바다로 가리. (부정적인 것들을 흘려 보내는 강)
<3연>
비로소 햇살 아래 깨끗한 몸을 드러내는 강강이여, 내일을 향한 너의 힘찬 의지와 약속을 잊을수가 없어 너의 흐름 파무늬길을 따라 바다로 간다.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과 의지)
- 출저
[거미와 성좌] (1962년)
3. 작품 감상
이 시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라든가 언어의 정서적 표현에 치중한 작품이라기보다는 비극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주제 의식이 강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시 ‘강’은 박두진의 앞선 시기의 자연과 생명에 대한 정서적 감수성은 배제되고, 현실적인 상황과 그 극복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들의 상징물로 평가될 수 있는 ‘강’은 동족 상잔의 처참성을 ‘피'와 ‘죽은 것' 등의 비극적인 언어로 형상화하여 고통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강은 우리 문학 작품에서 ‘죽음', ‘이별', ‘역사' 등의 내용을 상징하여 왔다. 이 시에서 강은 끊이지 않고 우리 겨레의 가슴 속에 흐르는 내면의 강인 셈인데, 이 강이 흘러가는 ‘바다'는 긍극적으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순결을 표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강이 바다로 흘러가기까지는 많은 고통과 비극이 있지만, 겨레의 가슴 속에 도도히 흐르는 강의 속성을 간직하고 산다면 자유와 이상이 넘치는 바다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이 시는 강에서 바다로 가는 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넘어 아름다운 평화가 도래할 석을 믿는다는 의지와 확신을 노래한다. <해설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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