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무지개 떡'과 시의 발견
신문에서 네모난 수박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본질적인 개념이 부서진 것에 전 놀랐습니다. 수박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네모나게 만들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번째것을, 먼저 말씀드리면 그냥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초월하는 데서부터 시가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서 "비가 오고 있다"라는 것은 아주 산문적인 생각이고 "창 밖에 비가 울면서 오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 때 거기서부터 시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박이 둥글다는 것을 지키지 못하고 네모난 것이 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수박이라는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겁니다.
실제로 수박의 씨를 심고 네모난 금형, 일종의 플라스틱통 속에서 자랄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수박의 성장력이 너무 세어서 그 틀을 파괴시켜 버렸습니다. 햇빛도 스며들고 바람도 통하고 흙과도 연결되도록 그 틀을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고 신문에 난 것을 봤습니다.
수박이 둥글게 자라다가 어느 시점에는 틀에 갇혀서 네모집니다. 그럴 때 수박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러한 마음을 생각하는 데서부터 시는 시작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문을 보면서 일상 속에서 네모난 수박을 시의 어떤 한 세계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제 처가 무지개떡을 사 가지고 왔습니다. 나를 위해서 당신이 무지개떡을 사와줬고 그리고 또 내가 맛있게 먹어 주었으니까 참 당신한테 고맙고 오늘 저녁은 좋은 날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지개떡을 먹으면서 "무지개를 먹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무지개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무지개떡을 먹으면서 무지개를 먹는다. 또 무지개떡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무지개떡 속에 들어있는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우리는 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런 눈을 다 갖고 있는데 항상 우리가 무심하게 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눈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지개떡이라는 짧은 시를 써봤습니다.
엄마가 사 오신 무지개떡을 먹는다
이렇게 첫행을 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사람이 사 온 무지개떡을 먹는다. 또는 내 처가 사 온 무지개떡을 먹는다' 이러면 시가 안 되겠지요 그렇죠?
제가 어릴 때 어머니가 신천시장에서 무지개떡을 사오셨잖아요, 저를 위해서. 그 떡으로 제가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사 오신 무지개 떡을 먹는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 놓았다
그렇죠. 우리가 떡 속에 있는 무지개는 남겨 놓으니까
엄마가 사 오신 무지개 떡을 먹는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 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렸다
이렇게 짧은 시를 한 번 써 봤어요. 그리고 그 시를 쓰고나니까 굉장히 기뻐요. "맛있다. 아! 좋다"로 끝나는 것보다는 저는 시를 쓰는 사람이고 무지개떡을 통해서 시를 발견하고 그렇게 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삶에 있어서 커다란 기쁨이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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