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 시를 낳는다. / 황봉학
나의 문학 입문에서 등단까지
앞서 강의를 해주신 많은 시인님들께서 시작법에 대하여 너무도 훌륭한 강의를 해 주셨으므로 나에게 주어진 강의 시간에는 또 다른 내용의 강의를 주문 받았다고 생각하여 한 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시를 쓰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별로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솔직 담백하게 시를 공부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고민들을 털어 놓으므로 써 새롭게 공부하는 분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강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시절 : 김정일 시인님을 담임교사로 만나다.
중학교 시절 : 문예반 활동 중 시조를 배우다.
고등학교 시절 : 산문에 빠지다.
대학 시절 : 경영학에 몰두하엿으나 월간지 '수정'의 모니터로 활동하다.
문예사조(시)와 문예한국(수필) 나래시조(시조)를 통하여 등단을 하다.
‘애지’로 재등단을 하다.
*황봉학 시인의 초기시, 중기시, 현재시의 비교
초기시 : 에로틱한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리움의 시
피리 / 황봉학
내가 하나의 막힌 대나무였을 때
나는 그대를 온전히 사모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소리를 내어 그대를 부르려 하여도
그대의 이름은 막힌 내 몸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나는 온몸으로 울며 그대를 부르는데도
바람결에 흔들린다고 그대는 말할 뿐입니다
나는 이제 그대 위해 팔다리를 모두 잘라 버리고
막혔던 마디마디에 구멍을 뚫어
파인 살을 떨며 그대를 부릅니다
마디마다 갇혀 있던 그대 이름을 쏟으며
원 없이 원 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뚫린 여덟 구멍마다 흐느끼며 부르는 그대 이름
깡말라 버린 몸뚱이에 아픈 구멍이 뚫리므로
이제 나는 당신을 목놓아 부릅니다.
연리지 (連理枝) / 황봉학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 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 함께 느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중기시 : 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한 시
무성영화처럼 / 황봉학
겨울 강바닥에 흔들흔들 어깨춤을 추고 있는 갈대들
묵은 신문지 한 장이 그 사이에 끼여
저 혼자 펄럭이고 있다
펄럭 닫혔다
펄럭 펼쳐지는 세상
돈뭉치가 든 갈비 상자 연탄불 피워놓고 자살한 인기 탤런트
아이 우유를 사기 위해 절도한 아버지 유흥비 마련하려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
펄럭펄럭
청둥오리 한 마리가
갈대숲을 뒤척이고 있다
찬 강바람이
찢어진 세상을 다시 쭈욱 찢고 달아난다
돌들의 왕국 /황봉학
백담사 앞 계천溪川에는 돌들의 왕국이 있다
한 나라 왕이 용포 대신 가사袈裟를 입고 머물렀다는 돌들의 왕국
둥근돌네모난돌세모난돌울퉁불퉁한돌동글동글한돌삐뚤삐뚤한돌둥글넙적한돌뾰족한돌뭉턱한돌알록달록한돌가운데가쏙들어간돌금이간돌모서리가깨어진돌하얀돌검은돌회색나는돌불그스름한돌물때가꼬질꼬질묻은돌길쭉한돌까만점이박힌돌흰점이박힌돌줄이쭉쭉선돌꽃모양이새겨진돌짐승모양이새겨진돌골이진돌푸석푸석한돌단단한돌매끌매끌한돌꺼칠꺼칠한돌……들이 모여 사는 왕국
가장 높이 올라간 돌을 왕으로 삼기로 한 그들
캄캄한 밤이면 돌들이 기어오르는 소리로 계곡이 자자했다
돌들은 그 중 하나를 왕으로 모셨다
그러나 여름 소낙비 한 번이면 계천은 다시 수평이 되었다
그들의 하늘은 거기서 거기였다
돌들의 왕국에 왕은 없다
그래도 밤이면 돌들은 하늘을 향해 기어오른다
계천에는 아침이면 이름 없는 돌탑이 하나씩 생겨난다
고니의 문체 / 황봉학
욕심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일직선으로 굵은 획을 그으며 저 먼 시베리아 어디쯤에서 날아왔을 고니
차마 저 어지러운 송골매의 문체를 고니에게 견줄 수는 없는 일
나는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바람을 뒤집으며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고니의 문체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욕심은 손가락에서 자라고 날개는 손가락에서 돋아
내 산책에서 만나는 새는 직박구리요 참새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직각으로 회전을 하는 잡새들의 문체를 닮아 내 손가락에 날개가 돋았으니
무엇인가?
진정 하늘을 난다는 것은
제 몸을 반쪽으로 만들며 수만리 긴 여로를 견디는
고니의 비행경로를 끝내 나는 알지 못하리
현재시 : 삶과 죽음을 통한 모순을 주제로 한 시
팜므파탈, 부엉이,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이런 소문이 있다 치자, 이장移葬.
2012년 애지 가을호 106쪽 참조
이장移葬 / 황봉학
40년 전에 죽은 아버지를 꿀꺽 삼켰던 흙의 아가리를 벌립니다
양 한 마리를 다 삼키고도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사자처럼 흙은 시치미를 떼고 빈 입을 벌려 보입니다
입속을 샅샅이 파헤쳐 보지만 아버지는 없고 거무죽죽한 흔적만 보입니다
아마도 이빨 하나 없는 그가 아버지를 알사탕처럼 서서히 녹여서 먹었나 봅니다
흔적만 남은 아버지를 형상으로 떠서 칠성판에 얹습니다
다른 곳에서 천연덕스럽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흙으로 조심스레 칠성판이 옮겨집니다
사람들은 늙은 이무기에게 제물을 바치듯 거기에 칠성판을 넣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아가리를 닫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벌렸던 입을 꽉 다문 채 딴청을 부리는 흙 위에 잔디를 심고 꽃을 심습니다
어디선가 자꾸 상여소리가 들립니다
*황봉학 시인의 공부하는 법
하이쿠에서 시의 함축을 배운다.
5․7․5 음절
계어 :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키레지 : 짧은 형태를 지닌 하이쿠를 한 번에 읽어내려 갈 수 없게 여운이나 감탄을 나타내는 어미를 사용해야 한다. (~여. ~로다. ~구나.)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몸무게를 달아보니 65킬로그램 먼지의 무게가 이 만큼이라네! -호사이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봄비로구나, 소근대며 걸어가는 도롱이와 우산. - 부손
저녁 어스름, 비는 내리고 말없이 핀 제비붓꽃 - 부손
초겨울 찬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 싶은 듯 - 바쇼오
겨울비 오네 논의 그루터기가 검게 젖도록 - 바쇼오
이 벚꽃,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가! -바쇼
너무 많아 이름도 외기 힘들구나 봄에 나는 풀들 -샤도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바쇼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싸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달팽이 얼굴을 자세히 보니 너도 부처를 닮았구나 -이싸
시조에서 리듬과 운율을 배운다.
나무에 대하여 / 박시교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사람이다
안으로 생각의 결 다진 것도 그렇고
거느린 그늘이며 바람 그 넉넉한 품 또한.
격으로 치자면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
곧고 푸르른 혼 천년을 받치고 서 있는
의연한 조선 선비 닮은 저 산비탈 소나무
함부로 뻗지 않는 가지 끝 소슬한 하늘
무슨 말로 그 깊이 헤아려 섬길 것인가
나무도 아름드리쯤 되면 고고한 사람이다
소설에서 사물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사유와 묘사를 배운다.
소설에서 창작(상상력)을 배운다. 즉 꾸며내는, 만들어 내는 방법을 배운다.
시는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기법의 시들과 어울려 논다.
시인들 / 황봉학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인들이 모여
구름 탁자 앞에서
文語 등뼈를 고아 만든 탕을 먹고 있네
∬가 말 했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뱀의 날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ㆄ이 말 했네
아니지요, 미라의 붉은 피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도 끼어들었네
적어도 시라면 바람의 똥 정도는 들어 있어야겠지요
∀이 무거운 소리로 보탰네
모래의 혈관까지 파고드는 강력한 태풍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그날,
고양이가 부른 멍멍이 노래를 보너스로 듣고
후식으로
호랑이 아가미로 만든 수프를 먹고
물의 뼈로 만들었다는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며
요즘 수컷들의 자궁에 대해 왈가왈부하다가
지렁이 갈비뼈로 만든 펜으로 시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다 같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 헤어졌다
내일 물구나무선 채 태어날
¿ 시집 속으로
많은 언어를 친구로 사귄다.
인터넷 사전이나 국어사전을 끼고 살아라.
사물의 이름들을 소중하게 불러본다.
비의 이름들, 꽃의 이름들. 나무의 이름들, 동물들의 이름들, 새의 이름들 등등
모든 현상에 대하여 ‘왜’라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사물의 전생까지 들여다본다.
모든 사물은 현재의 모습 이전인 전생이 있다.
여행을 간다.
무성영화처럼, 돌들의 왕국, 고니의 문체.=모두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쓴 시.
좋은 스승을 찾아가 배운다.
좋은 스승은 선배 시인, 좋은 시집, 문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 등이다.
하루 10편의 필사와 50편 이상의 시를 읽는다.
좋은 시를 쓰려면
1. 몇 개의 문장으로 세상을 속이려 하지 마라.
정직하게 쓰라. 나만의 어법을 찾아라.
유명 시인의 언술을 흉내 내려고 하지 마라.
2. 예술에는 본질이 있어야 한다, 인기를 버려라.
인기를 얻으려면 모두 도망가 버린다, 모두 버리고 시와 나만 남겨 놓아라.
결국에는 모두가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3. 시대적 이슈의 글을 쓰지 말라. 생명이 짧다.
(인본주위, 조국, 허무주의, 항일사상,) 이때는 사물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인간도 사물과 똑같다. 사물들이 시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사물도 인간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각광을 받아도 그 시대가 지나가면 잊힌다.
목적시는 그때 필요에 의하여 쓰되 문예지 등에 발표하지 않는 것이 좋다.
4. 생명이 긴 시를 쓰자.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는 시를 쓰자.
시에도 예술성이 배제되면 안 된다.
5. 시를 의도적으로 쓰지 마라.( 시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쓰라.)
(문장을 작의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일상어 보편적으로 써야 한다. 문장은 자연스러울수록 좋고 내용은 솔직할수록 좋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로 맞아야 한다.)
작가의 주관이 배제되어야 한다. 그 사물을 정확하게 찾아내어야 한다.
얼마나 정직하고 자세하게 사물의 처지에서 보는가가 중요하다.
사실을 그대로 쓸 때 감동을 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나타낸 후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
6. 좋은 시는 훔치고 싶다. 그러나 표절을 하면 독자는 귀신같이 알아본다.
서툴러도 나의 어법으로 쓰라.
김소월이 둘 있을 필요는 없다.
이상도 둘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7. 소재의 빈곤은 인간을 소재로 쓰려는 데에서 온다. 인간도 우주에서 보면 한 개의 빈병이나 돌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을 소재로 삼아라. 사물을 인간처럼 보아야 한다. (의자를 의자로 쓰면 안 된다. 의자를 사람으로 봐야 한다. 의인화한 것과는 다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쓸 뿐이다.)
8. 메타포는 몇 개의 문장에 있지 않다. 내용에 있다.
9. 가장 경계를 해야 할 부분은 시를 화자가 설명하려고 하는 부분이다.
시는 설명되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야 한다.
독자가 생각할 부분을 시인이 나타내어 주면 안 된다.
독자가 참여할 공간을 주어야 한다.
10. 시는 낭만도 아니다.
하소연도 아니다.
자기감정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울고 짜는 것은 시가 아니다. 시도 과학이다.
낭만적으로 쓰지 말고 드라마처럼 쓰자.
(모든 초보자가 의식적으로 낭만적으로 쓰려고 하고 있다.)
11. 언어의 낭비가 없도록 하자.
언어의 절제를 보여야 한다.
여백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12. 한 문장에 신경을 쓰지 마라.
문장은 투명해야 한다.
상황 전체가 이야기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누가 보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야 한다.
13. 초보는 자기 가정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어머니, 아버지, 누나, 오빠, 동생에서 벗어나자.
14. 덧칠을 하면 안 된다.(자연미가 떨어진다.)
시인은 늘 세상을 보는 눈을 달리 하여야 한다.
15. 특이한 소재잡기?
아니다,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특이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16. 두 개 이상의 사물이 만나야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
17. 시를 귀부인처럼 보이려하지 말고 화냥년처럼 쓰라
가장 밑바닥을 보여주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18. 시는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의 내용이 통일된 스토리의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통일된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을 것>
화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화자만 알 수 있는 관념적인 표현을 삼가야 한다.
19. 시인이 설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옛 시들은 시인이 설명함을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현대시는 독자가 깨달아야 하는 부분을 시인이 설명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즉, 독자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독자의 영역을 빼앗으면 독자가 흥미를 잃게 된다. 작품의 강도를 반감시킨다. 즉 코미디에서 코미디언이 먼저 웃어 버리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하면 독자가 깨달아서 무릎을 ‘탁’ 칠 부분을 시인이 말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20. 관념적인 것을 실체적인 것처럼 써서 가시화시켜라.
예를 들어 ‘세상 번뇌가 솔바람에 우는 풍경 속으로 사라지고…’
'번뇌 하나가 솔바람에 울며 지나갔다.‘- 사람처럼 느껴진다.-번뇌를 마치 실체처럼 표현한다. 즉 가시화시켜야 한다. 관념어를 실체화하지(눈에 보이 듯…) 않으면 진부해진다.
21. 현대시는 좀 더 낯설게 하는 기법이 필요하다.
22. 소재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시의 승패를 좌우한다.
23. 표현은 될 수 있는 대로 가볍게 하고 담은 뜻은 무겁고 깊은 사상을 담고 있을수록 좋다.
24. 초보자는 일기처럼 장황하게 써 놓고 필요 없는 부분을 빼면서 우선 이야기가 되게 만들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25. 동의어 반복에 유의하라. 하고자하는 말에 집중하다 보면 한 말을 또 할 수 있다. 시는 함축임을 잊지 말자.
26. 시인은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재탄생된 자아이다. 시 속으로 들어간 시인은 실제 내가 아니어도 좋다. 남의 이야기, 들은 이야기, 자신이 경험한 것을 실제 나로 만들어서 말할 수 있다. 과거를 미래로…미래를 현재로… 만들 수도 있다.
27. 개인적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즉, 쓴 사람에 의해 사랑의 부재가 어떤 새로운 의미 또는 어떤 깨달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도록 시에 드러나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없을 때, 시에는 상식적이거나 개인적인 감정만 나타나게 된다.
28. 시적 공간에서 나를 객관화하지 못하고, 시적 공간을 사적공간으로 착각하여 시를 사담화하기 싶다.
29. 시에서의 어조란 시인의 어조가 아니라 ‘화자’의 어조이다.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적 정향과 사실을 말해야 할 때는 화자가 여자가 되어야 한다.
‘바느질’ ‘님의 기다림‘등
30. 시는 막연한 허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실상으로서의 화자이다.
화자가 허상일 때 시도 허상의 그림자일 뿐이다.
31. 흔히 보는 풍경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 흔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포착했다면 새로운 느낌의 시를 낳을 수 있다. (흔한 풍경의 약점은 작가 나름의 시각이 없다는 것이다.)
32. 말은 귀로 듣고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글은 활자화되면 다시 지울 수 없다.
토씨 하나 점 하나에 신경을 쓰라.
33. 시인이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을 해라. 상상력을 키우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34. 여러 가지 이미지를 다루기보다 하나의 이미지에 모든 것을 쏟아 놓아라.
이미지를 너무 많이 나열하면 시를 산만하게 만든다.
하나의 이미지를 던지고 여러 가지 변주를 주어야 한다.
35. 구멍은 비어 있지만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허공, 공기 등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라.
36. 사물을 금방 본다고 이미지가 생기거나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십 년 후에 이미지가 문득 떠오른다.
37.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세밀히 관찰한 후에 그대로 쓰면 시가 된다. 그대로 쓰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38. 환상적으로 쓰더라도 뿌리는 현실에 있어야 한다.
39.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변주를 주라. 사실을 아주 섬세하게 옮겨 놓으면 메타포가 생긴다.
40. 초보자의 고정관념
초보자가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시를 잘 쓰겠다는 생각에 꽉 차 있어 멋있는 시어, 멋있는 문장, 멋있는 소재를 가지려고 하는 욕심으로 시적 사고를 경직시켜버린다.
멋있는 것을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더 이상의 발전을 못 하게 된다.
41. 쉽게 써야 한다. 멋있는 문장은 없다. 멋있는 소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42. 세기가 가지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옮겨 놓아라.
43. 시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메타포를 담아야 한다.
철학적 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44. 독자의 시적 수준을 과소평가하지마라. 독자가 못 읽으며 어떻게 하나 하는 기우에서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설명은 시의 독이다. 독자의 상상력을 빼앗지 마라.
45.나의 발상이 다른 사람과 어떤 변별성이 있는가를 생각하라.
독특하지 않으면 내가 더 쓸 필요가 없지 않은가.
46. 시에도 과학성이 있어야 한다. 터무니없는 비유를 쓰지 마라.
47. 한자를 많이 쓰지 마라. 구시대의 시처럼 느껴진다.
한 행에 2번 이상 한자어를 넣을 때 시가 무거워진다.
48. 부사, 형용사를 남발하지 마라. 형용사, 부사를 많이 부치면 좋은 시라고 오해를 해왔다. (장식으로 점철된 작품이 지배를 해 온 시대는 갔다.)
시를 아름답게 꾸미려고 형용사를 남발하면 도리어 이미지를 작게 만든다.
‘집이 거기 있다.’ ‘슬픈 집이 거기 있다.’에서 앞의 이미지가 더 큰 이미지가 된다. ‘슬픈’이 집을 한정시킨다. 형용사 부사가 없어야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무한의 공간을 준다.
49. 바람이나 똥이나 개나 모두 인간과 동격이라 생각하라
그리고 이미지를 불러올 때 그 이미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사고하라.
예를 들어 ‘냉장고’를 소재로 쓸 때는 냉장고는 빙점일 때 생명이 있다. 빙점을 잃어버린 냉장고는 죽은 냉장고다.
50.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표현하는 데에 때로는 강력한 메타포가 들어 있다.
숲과 새 / 오규원
떡갈나무 하나가
떡갈나무로 서서
잎과 줄기를
잎의 자리와 줄기의 자리에
모두 올려놓았다
그 자리와 자리 사이로
올 때도 혼자이더니
갈 때도 혼자인
어치가
날다가
갈참나무가 되었다
51. 시에는 근사한 것이 들어 있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시를 못 쓰는 이유가 너무 큰 것을 넣으려는데 있다. ‘시에는 뭔가 큰 것이 들어 있을 거야’라는 선입감에서 시가 말하려는 참 뜻을 놓칠 수 있다.
52. 하나의 사물을 이미지로 선정을 하면 밀어 붙일 수 있는 데까지 밀어붙여라.
비극을 쓰면 더 이상 비극일 수 없을 때까지 가야 한다, 희극일 때는 더 이상 희극일 수 없을 때까지 가야 한다. 시에는 치열성이 있어야 한다.
53. 삭막한 것을 쓸 때는 빛나는 상상이나 축축한 삶을 부여하여야 감동 시로 탄생할 수 있다.
54. 이미지란 자신이 만들어 간다.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여 옮겨오는 것이다.
즉, 시적 소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눈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55. 관념을 관념으로 쓰면 관념밖에 안 나온다. 즉, 죽음이라는 관념을 쓸려고 하면 죽음을 짐승으로 만들어 본다. < 죽음이 우우우 운다.>-가시화시켜라.
56. 시에서 긴 문장은 실패한다.
문장이 짧아야 선명해진다. 그리고 속도감이 있다.
57. 섬세하게 보라는 의미는 깊이 보라는 의미이다. 거두절미의 미학을 배우라. 처낼 것은 과감하게 처내어라.
58. 형용사와 수사를 늘어놓지 마라. 동사와 친하게 지내라.
동사를 잘 활용하면 시가 살아 움직이게 된다.
59. 시를 공식에 대입하듯 쓰지 마라. 틀에 얽매이면 시가 안 된다. 시는 자유로워야 한다.
*군말 한마디<박기섭> 양(넓이)보다 질(깊이) / 꿈보다 현실 / 남의 얘기보다 나의 얘기
/ 설명(진술)보다 표현(묘사)
*박기섭 시인 노래는 서러워야 하고 / 그림은 조용해야 하고 / 시는 외로워야 한다.
정말 자연스럽게 읽히는가?
*이승하 시인
현대시가 암호 같은 어려운 시를 써서 독자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낯설기만 한 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는 않은가?
시가 파괴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가?
*정완영 시인
하루 10시간 이상 시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시인이 되려고 하지마라.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혼신의 힘을 기울여 신들린 사람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진실하고 보람된 삶의 한 아름다움을 거기서 찾아낼 수 있다. 시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60. 글을 고칠 때
-한 행을 감추어 보고(손으로) 빼는 쪽으로 본다.
-둘 것인가? 뺄 것인가? =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이라면 빼는 쪽을 택한다.
(시의 생명은 간결성이다. 늘어지게 쓰려면 차라리 산문을 택하라.)
61. 초보자들이 글을 쓴다면?
-사진을 찍듯이 하되 파노라마로 찍지 말고 순간포착을 하여야 한다. 아주 일부분을 찍되 그것도 반만 찍을 수 있다면 더욱 성공적이다.
-축소할 만큼하고 나서 깊게 들어가라.
-아침에서 저녁까지, 또는 봄부터 가을까지 등으로 표현하려면 시가 늘어지고 긴장감이 없다.
62. 다른 장르의 글을 많이 읽으면 시의 소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1. 왜 시를 쓰는가?
-아름답기 위하여(아름답고자) 시를 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는(알려면) 추한 뒷모습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진에는 위가, 선에는 악이, 미에는 추가 따라다닌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함께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달개비를 이야기할 때 지저분한 모습을 말하므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할 때, 아무도 감동을 받지(감동을 하지) 않는다.)
-사물을 앞뒤를 이해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2. 무얼 쓰느냐?
-뒷모습을 써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에서는 시가 안 나온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 표현의 한계….)
정말 누추하고 추한 데서 시가 나온다. (우리 삶의 흔적은 그런 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시체(시체) 속에 우리 내면이 있다.
아름다운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말하려면) 그 뒷면을 말하며 아름다운 것을 말해야 한다.
예) 빵을 말할 때 빵의 아름답고 달콤한 것을 말하지 말고 그 반죽의 힘겨움 ․ 제빵사의 땀 ․ 작업장의 질컥한 모습과 냄새 등을 말하며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빵의 아름다움을 말해야 한다.
작고 섬세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시인의 눈으로 보고 쓰라.
(남들이 다 써먹고 남거나 버려진 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3. 어떻게 쓰느냐?
-3일치가 되어야 한다. = 시간 ․ 장소 ․ 사건
시간은 그 순간 또는 바로 이 순간
장소는 줄여라
사건은 한 가지를 집중하되 다른 장면이나 과거 또는 꿈 등을 끌고 와서 접목할 수 있다.
자기 속의 무의식을 끌어내라.
처참하고 부끄러운 것을 끌어내라. 거기에 양념을 하듯이 슬쩍슬쩍 버무려 보아라.
-벗을수록 좋다. 알몸을 보여 줘라.
문학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시인이어야 한다.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등단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
당선 상금이 주어지는가?
원고료를 지불하는가?
한꺼번에 많은 당선자를 내고 있지는 않은가?
등단을 조건으로 무엇을 요구하지는 않는가?
등단 추천지
S급
창작과 비평, 작가세계, 문학동네, 세계의 문학, 문학과 사회
A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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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예산 재정도, 내용 충실도, 작품 수준, 문학상 시행 여부, 원고료 수준, 서점 유통도,
등단 장사 여부, 판매부수, 출판사 권위, 평판, 전통 (역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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