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종교인을 좋아하는 이유/최주식

시인 최주식 2012. 10. 9. 07:25

종교인을 좋아하는 이유/최주식


가을 꽃은 피고, 나무마다 잎은 붉게 물들어 간다. 잎은 가지와 이별을 한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 함께 한다. 만남이 즐거운 것만이 아니듯이 헤어짐이 꼭 슬픔만은 아니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으나 한없이 아름답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자리가 종교인의 자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종교인은 착한 사람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말은 곰곰히 생각해보면 짧은 단어지만 매우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느낀다. 종교인의 마음에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착하게 보이며 보통의 사람들보다 순수한 생각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첫번째로 종교인은 생명을 중히 여긴다. 누구에게나 생명 사랑은 가장 가장 보편적인 것이지만 특히 종교인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사명감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생명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반생명적인 것을 위해 바로잡기 위해 기도한다. 욕심과 어리석음, 화내는 마음을 내려놓고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생명 사랑을 위해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한다. 사랑을 주고 사랑으로 이웃을 지켜주며, 스스로 자라도록 사랑을 줄 뿐, 그 사랑의 주인 노릇을 하려 하지 않는다.

 

두번째로 종교인은 종교의 이치를 자신의 이치로 받아들여 바르고 참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자신의 삶이나 이웃과의 관계를 계산하여 그 가운데에 자신을 세우려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스스로를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사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승이나 친구, 가족이나 이웃이 될 수도 있다. 비록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나는 종교인들이 자주 쓰는 기도란 말을 신앙적 대상과 연결된 마음이라 생각한다. 집착하고 욕심내는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낮고 그늘진 곳을 찾아 함께하는 마음이다.

 

세번째로 종교인은 맑고 순수한 동심으로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사람이다. 성내고 어리석은 세속적 욕망에 찌든 사람의 일생은 헛된 꿈만을 따르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종교적 기도와 수행으로 다져진 종교인은 겸손하고 정직하며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물론 그 마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내부에 감추어져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진실을 갖지 못했다면 남길 이름이 없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가슴에 사랑을 품지 못했다면 전해야 할 그 무엇도 없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자리에서 물어야 할 것이다. 진실은 있는가? 사랑은 있는가? 아무런 형체가 없어 보이지 않은 무형의 것이지만 진실과 사랑 몇 개쯤은 가지고 있을 종교인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