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만큼 살았고 볼만큼 보았다/장윤우
나이 칠십(七旬)이 되면 귀신이 돼간다
눈치코치, 모두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귀 닫고 눈도 아예 감는다
이 나이에 무얼 더 바라겠나만
왜 이리도 가슴은 답답한가
구절양장(九折羊腸) 굽이굽이
길 따라 돌고 돌아가는 그곳을
나는 알아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갈 친구들은 이미 알아서 넘어갔다
정다운 이웃, 아리따운 여인들
죽마고우(竹馬故友)들
사랑하는 이, 모두 나를
헌신짝 차버리듯이 내차버렸다
이젠 좇아갈 기력도 험한 돌길도 힘겹기만 하다만
마지막 한 곳 꼭 보아야 할 곳이 어디에 있다기에
나는 멈칫거린다, 갈까 말까나
드디어 강원도 땅 무릉도원(武陵挑源)인가
정선아라리에 묻어왔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아리랑 고개를 내가 넘어간다~'
덩실 춤을 추면서 숨을 몰아쉬면서
머무른 구름과 산새도 쉬어 넘는
산골에 왔다
세월의 애환(哀歡)을 싣고
강물은 느릿느릿 흘러
흘러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먼저 간 분들에게
나도 보았노라고
돌아가면 말하련다
'♣ 詩 낭송 > 낭송하기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체국을 지나며/문무학 (0) | 2013.10.30 |
---|---|
아침 언어/이기철 (0) | 2013.05.07 |
참 빨랐지 그 양반/ 이정록 (0) | 2013.02.11 |
무소식/신경숙 (0) | 2012.12.17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도종환 (0) | 2012.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