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어머니/정용원

시인 최주식 2013. 6. 30. 13:26

어머니

찬바람에 문풍지도 떠는 밤
문 앞에 누운 어머니
“얘야, 감기 들라, 배 아플라
아랫목에 자거라.”

어머니는 감기 들어 끙끙 앓으시며
“귀여운 우리 아들,
밥 비벼 줄게. 많이 먹어라 먹어라.”

엄마의 사랑을 비벼
밥 한 그릇 비우고
이불 속에 가만히 자는 체 누웠다.
내 이마 쓸어 주시는
주름진 손

“엄마는 바보야, 내가 자는 줄 아는가 봐
엄마가 자야 나도 잘 텐데……”

―정용원(1944~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어머니
겨울밤은 길고 문풍지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다. 밤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고 밤은 길어서 허기가 진다. 그런 밤이면 어머니는 고구마를 벗겨주시고 더러 밥을 비벼주시기도 한다. 감기에 걸려 끙끙 앓으면서도 주름진 손으로 '어서 자거라' 하고 이마를 쓸어주신다. 춥고 긴 겨울밤에 따뜻한 아랫목은 아이에게 내주고 어머니는 항상 윗목 차지다.

우리 어머니들은 늘 이렇게 바보처럼 사셨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희생과 헌신의 이름으로 늘 기억된다. '엄마가 자야 나도 잘 텐데…'에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걱정해 주는 마음이 온돌방 아랫목처럼 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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