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고욤나무 아래에서/이상문

시인 최주식 2013. 10. 20. 07:09

 

고욤나무 아래에서

 

친구와 함께
고욤나무 아래에서 놀 때는

고욤 꽃이 피어도
고욤 열매가 열려도
쳐다볼 줄 모르더니

친구가 떠나버린 뒤에야
고욤나무를 쳐다보면서

고욤
단맛을 알게 된다
고욤
떫은맛도 알게 된다

 

―이상문(1947~  )

 

가을이어서 그럴까. 이 동시를 읽으면 들길에 서 있던 작은 고욤나무와 조롱조롱 매달려 있던 고욤 열매가 떠오른다. 그 아래에서 뛰어놀던 고욤처럼 작고 귀여운 어릴 때 친구들 모습도 떠오른다.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는 감보다 작고 맛은 달고 떫다.

친구와 함께 놀 때는 고욤 꽃도 열매도 쳐다볼 줄을 몰랐다. 친구가 소중한 줄도 몰랐다. 친구가 떠나버린 뒤에야 고욤을 보며 친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고욤처럼 달고 떫던 우정의 깊은 맛도 알게 된다. 우리는 곁에 있는 친구가 소중한 줄을 모르다가 떠나버린 뒤에야 함께 나눈 시간이 기쁨이며 행복인 줄을 알게 된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가을에는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자. 내 삶에서 열매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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