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손가락 체온계/이성자

시인 최주식 2013. 10. 20. 07:14

손가락 체온계/이성자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다
엄마가 다가오더니,
손가락을 펴서
내 겨드랑이로 쓱 밀어 넣는다.

-어머!
열이 38도는 되겠어!
깜짝 놀라는 엄마
-에이,
엄마 손가락이 체온계야?

맞나 틀리나, 내기하자며
엄마가 진짜 체온계를 가져온다.
귀신같이 정말로 38도다.

우리 형제 키우느라
손가락 체온계가 됐다면서
해열제를 내미는 엄마
먹기 싫어도 꾹 참고 물을 마셨다.

―이성자(1949~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손가락 체온계
엄마는 무엇이든 용하게 알아맞힌다. 아이가 배고픈 것도, 아픈 것도 척척 알아낸다. 아이의 아픈 배도 엄마가 쓸어주면 언제 아팠느냐는 듯 금세 낫는다. 아이의 목소리만 듣고도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훤히 안다. 이런 엄마의 능력은 사랑의 힘에서 나온다.

엄마는 열이 오르고 아픈 아이의 체온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것은 형제를 키우느라 손가락마저 체온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눈과 귀는 아이에게 모두 쏠려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일어나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이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것은 엄마의 사랑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아이도 꾹 참고 약을 먹는다. 엄마의 사랑처럼 강한 것이 어디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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